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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INRI와 ICHTHUS(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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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RI와 ICHTHUS(물고기)

본 내용은 대한성공회출판부에서 1998년 5월 발행한 책 <우리 믿음 바로 알기(김진만 저)>입니다. 게시를 허락해준 대한성공회출판부에 감사드립니다.

고상 십자가에는 INRI라는 글자가 적힌 표지가 달려 있다. ‘나자렛 사람 예수 – 유다인들의 왕’이라는 라틴어 약자이다. 예수님을 처형한 로마인들은 라틴어를 썼다.

예수님은 로마의 총독 빌라도 앞에 끌려가서 재판 같지도 않은 재판을 받으시고 십자가형을 언도 받으셨다. “총독의 병사들이 예수를 총독 관저로 끌고 들어가서 전 부대원을 불러 모아 예수를 에워쌌다. 그리고 예수의 옷을 벗기고 대신 주홍색 옷을 입힌 뒤 가시로 왕관을 엮어 머리에 씌우고 오른 손에 갈대를 들린 다음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유다인의 왕 만세!’ 하고 떠들며 조롱하였다. 이렇게 희롱하고 나서 그 겉옷을 벗기고 예수의 옷을 도로 입혀 십자가에 못 박으러 끌고 나갔다” (마태오 27:27-31).

로마인들은 십자가를 노예들과 외국인들과 가장 천한 범죄자들을 죽이는 데 많이 사용했다. 죽일 때는 보통 죄목을 쓴 처형장을 죄수의 목에 달았다. 옷을 벗기고, 두 손은 못이나 끈으로 고정시켰다. 그리고 나서 미리 세워 놓은 기둥에다 달아맸다. 형틀에는 나무못을 하나 박아 놓아서 죄수가 걸터 앉게 하여 몸이 떨어지지 않게 마련했다. 그리고 두 다리를 기둥에 묶어서 극심한 고통과 조롱과 야유 속에서 숨을 거두게 했다. 숨을 거두는 데에는 여러 날이 걸리는 수도 있었다. 때로는 진통제를 마시게 하고, 빨리 숨을 거두라고 다리를 꺾어 분지르는 수도 있었다.

아기 예수를 찾아 온 동방 박사들이 “유다인의 왕으로 태어난 분이 어디 계십니까?”하고 물었다. 우리는 예수님을 비단 유다인의 왕이 아니라 만왕의 왕으로 받들고 찬양한다. 그러나 십자가에 달기 전에 로마의 병정들이 예수님을 가리켜서 ‘유다인의 왕’이라고 한 것은 경배하고 찬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야유하고 조롱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말은 옳은 말이었다. 예수의 목에 건 처형장, 즉 명패에는 ‘유다인의 왕’이라고 씌어 있었다(마르코 15:26). 루가 복음에는 “예수의 머리 위에는 ‘이 사람은 유다인의 왕’이라는 죄목이 적혀 있었다”고 나와 있다.

십자가는 예수님과 그리스도교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표적이다. 희랍어로 물고기를 가리키는 ICHTHUS(이 단어의 희랍어 글자들을 모두 각 단어의 앞글자로 하면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아들이시다”라는 문장이 된다.)가 예수님을 상징했기 때문에, 물고기가 예수님이나 성만찬의 상징으로 쓰였다. 박해 받던 초기 교인들이 숨었던 로마의 카타콤에 그려진 고기 그림도 그것이다. 금식일에 고기 대신 물고기를 먹는 습관도 이것과 관련이 있다. 희랍 알파벳의 첫 자와 끝 자인 ‘알파와 오메가’도 예수님의 상징으로, 가령 독경대의 장식으로 종종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