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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39개조 –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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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39개조 – ①

본 내용은 대한성공회출판부에서 1998년 5월 발행한 책 <우리 믿음 바로 알기(김진만 저)>입니다. 게시를 허락해준 대한성공회출판부에 감사드립니다.

영국 성공회를 모교회로 하여 발전해 온 성공회는 타협과 중도주의를 표방해 온 터에 이렇다 할 교리가 없다고 하는 말을 곧잘 듣는다. 성공회의 신학자들 중에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성공회도 한 교단인데 교리가 없을 수 없다. 다만 성공회 고유의 교리—성공회만 믿고 가르치고 다른 교파는 믿거나 인정하지 않는 교리는 별반 없다고 하는 것이 진실에 가깝다.

성공회는 사도들의 가르침과 교회가 동서로 갈라지기 전의 가톨릭교회의 교리를 믿는다. 이것은 로마 교회와 동방 정교회의 교리와 다르지 않다. 사도 신경과 니케아 신경에 담겨진 교리를 그대로 믿고 고백한다. 그러나 근세에 와서 로마 교회가 교황의 무류설(교황은 교황으로서 교리를 선포할 때 오류를 범할 수 없다는 설)을 내세워서 만든 몇 가지(주로 성모 마리아에 관한 것) 교리는 인정하지 않는다.  

초대 교회 때에 형성되고 확립된 교회의 구조와 성직 제도(교구 제도, 주교, 사제, 부제)는 그대로 지킨다. 그러나 초대 교회 때의 관례나 성경이 가르치지 않는 재속(在俗) 사제의 독신제는 인정하지 않는다.

16세기 종교 개혁 때 영국 성공회는 개신교, 특히 루터교의 영향을 받아서 중세 가톨릭 교회의 여러 가지 부조리와 그릇된 관습을 개혁했다. 그러나 그것은 전에 없던 새로운 교리를 만든 것이 아니라, 옛 초대 교회, 즉 그리스도교의 뿌리로 돌아가려는 운동이었다. 그래서 예로부터 내려오는 전통을 정리하고 재해석하여 강조점이 달라졌다. 성경보다는 교회의 전통을 존중하던 것이 이제는 성경을 최고의 권위로 삼게 된 것이다. 성공회는 한 개혁교회로서 성경의 우선과 권위를 강조한다. 그러나 성경과 함께 교회의 전통을 아울러 존중한다. 특히 세례와 성찬식을 성사로서 지킨다.

성공회는 예식은 구교에서 따오고, 교리는 신교에서 배워 와서 일종의 혼합 종교라는 말을 듣는 수가 있다. 성공회를 비웃는 말이기도 하지만, 남들이 성공회가 어떤 교회냐고 집요하게 물을 때 대답에 궁한 성공회 교인 스스로가 그런 말을 하는 수도 있다. 그러나 성공회의 예식만이 구교의 것이 아니고, 교리와 직제, 교회의 구조 등이 모두 역사적 가톨릭교회의 것들을 지켜 왔다. 개신교에서는 성경과 말씀을 강조하고 존중하는 개혁 교회의 사상과 강조점을 도입했을 뿐이다. 성공회는 끊임없이 개혁하는 가톨릭교회로 자라 왔다.

16세기에 이와 같은 성공회의 교리적 입장을 정리한 영국 성공회의 문헌이 39개조이다. 아직도 영국 성공회의 성직자가 되려면 39개조를 받아들인다는 서명을 해야 한다. 그러나 영국 이외의 성공회에서는 효력이 없다. 다만 성공회의 교리적 입장을 짐작하는 데 유효한 문헌으로서의 가치는 여전하다.